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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책은 도끼다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 박웅현 (광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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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의 저자이자 광고인 박웅현의 아이디어 원천은 바로 책이었다. 고은의 <순간의 꽃>,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니코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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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라는 제목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프란츠 카프카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라는 말을 이용해 지은 제목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건 여자친구의 추천이 가장 컸다. 언젠가 책의 제목을 보고 '오 카프카가 했던 말이네. 내용이 궁금하구만' 생각은 하였었는데, 최근 여자친구의 추천에 힘입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아마 최근 별세한 밀란 쿤데라 이야기를 하다가 이 책 이야기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전 제일기획 국장을 지낸 광고인 박웅현이 경기창조학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학생들과 강독회를 진행하였던 걸 이렇게 책으로 엮어냈다. 강독회라고 되어있지만 어쩌면 독서 에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저자가 읽었던 책에 대해서 자기가 느꼈던 감상, 깨달은 점들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책은 서술 되어있지만, 내용은 결국 자신이 책, 독서에 관해 갖고 있는 생각들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독서 에세이라고 해서 기쁜 마음을 갖고 읽었다가 크게 실망한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2023.08.27 - [독서] -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전안나) 리뷰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전안나) 리뷰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08223511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예스24고아, 무적자, 입양아, 아동 학대 피해자…왜 태어났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몰랐던 작가 전안나그 답을 찾기 위해 읽었던 책으로

ohmysunn.tistory.com

 

이 책은 제목 처럼 내 안에 얼어붙어 있는 바다를 깨준 도끼의 역할을 해주었다. 내 평소 독서 태도를 보면, 문장 자체의 아름다움을 보기보단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 또는 서사에 집중하여 책을 읽었었다. 그러기에 아름다운 장면을 묘사하는 장면이라던지 약간 복잡하게 쓴 문장은 문장을 곱씹어가며 읽었다기 보단 쓱 읽고 지나가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며 내 독서 태도를 바꿔 읽어보는 것도 도전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책들 중에 내가 읽어본 책들도 꽤 되었다. 알랭 드 보통의 작품들이라던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안나 카레니나 라던지 말이다. 이 책에선 이러한 책들 중 저자가 인상 깊고 자신의 얼어붙어 있는 바다를 깨준 문장들을 소개해주는데, 나는 앞서 말한 책들을 보며 그런 경험을 한 기억이 크게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작가가 소개해주는 문장들을 보니 다시 한 번 그 책들을 읽어봐야겠단 생각도 들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문장들이다.

 

"우리는 불충분한 자료에 기초하여 사랑에 빠지며, 우리의 무지를 욕망으로 보충한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이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불안, 알랭 드 보통

 

"즉 그는 거짓말하는 것을 거부한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있지도 않은 것을 말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특히 실제로 있는 것 이상을 말하는 것, 인간의 마음에 대한 것일 때는, 자신이 느끼는 것 이상을 말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건 삶을 좀 간단하게 하기 위하여 우리들 누구나 매일같이 하는 일이다." -이방인, 알베르 카뮈

 

"노인네들은 아무래도 순간 머리가 뒤범벅이 되어서, 다시 한 번 사랑에 빠진 것이 자기들인지 아니면 자기네 딸인지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안나 카레리나, 톨스토이

 

그리고 김훈의 저작들을 몇 번 읽으려다가 실패하였었는데, 이 책을 보니 다시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김훈 작가의 문장의 아름다움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겨울에는 봄의 길들을 떠올릴 수 없었고, 봄에는 겨울의 길들이 믿어지지 않는다." -자전거 여행, 김훈

 

"동백은 죽을 때 주접스런 꼴을 보이지 않는다. 절정에 도달한 그 꽃은, 마치 백제가 무너지듯이, 절정에서 문득 추락해버린다." -자전거 여행, 김훈

 

마찬가지로 밀란 쿤데라의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또한 소개해주는데, 본인이 말한 것처럼 광고인이 말한 거여서 그런지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다.

 

활자 중독일 정도로 책을 꽤 읽는 편인 나인데, 어느 순간 내가 다독에 집착한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심독(深讀)을 해봐야겠단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결심에 대해 상기하게 되고 이젠 실행해야겠단 마음도 먹게 되었다.

또한, 내가 이미 읽었던 책들에 대해선 박웅현이라는 사람의 시선에서 본 책들은 어떤지에 대해서 알게 되고 이로 인해 내 사고의 확장도 이뤄질 수 있었다.

책의 제목처럼 이래저래 '내 안에 있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주는 도끼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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