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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리뷰

천안 미용실 헤어ING 와 그녀의 발목 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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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aver.me/IFj8kqCX

 

헤어아이엔지 신방본점 : 네이버

방문자리뷰 3,460 · 블로그리뷰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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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 한 달에 한 번씩 머리를 깎는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하고 부턴 시간의 여유가 많지 않아, 짬짬이 머리를 깎으로 미용실에 간다.

그래서 이 곳 저곳 미용실에 다니게 된다. 본가인 익산,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안성, 이제는 여자친구가 거주하고 있는 천안까지 미용실 영역을 확대 하였다.

 

새로운 장소에서 일상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해야할 것들이 많다. 그 중에서 미용실 정하기가 있다. 주변에서 나에게 역마살이 꼈다고 하는 이들이 꽤 있는 걸 보면 내 이야기는 믿어도 된다.

 

요번에 가게 된 미용실은 천안 신방동에 있는 '헤어ING'라는 곳이다. (글의 맨 첫 링크 참조)

여자 친구가 이 근방에서 이 미용실이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하여 방문하게 되었다.

 

건물에 도착하자마자 약간 놀랐다. 대략 4층 정도의 건물을 이 미용실이 전부 사용하고 있다. 

실제 고객이 이용하는 곳은 2층 한 곳이기도 하고, 건물자체가 엄청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 규모의 미용실을 본 건 간만이었다.

프랜차이즈형 혹은 공장형 미용실 답게 미용실에 방문하자마자 접객을 하는 직원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하지만 그녀의 친절에서 나도 모르게 가식을 느끼게 된다.

커트를 하러 예약 없이 왔다는 말에 그녀는 나를 대기석으로 안내해줬다.

대기석은 자리도 넓고 꽤나 괜찮은 쇼파가 있었다.

내가 경험해본 미용실의 대기석은 불편하기만 하였었는데, 꽤나 만족스러웠다.

 

아까의 그 접객 담당 직원이 무슨 음료를 먹을 것이냐고 물어왔다.

대기석엔 메뉴판처럼 음료의 목록이 있었다. 커피부터 녹차, 주스 등 다양하게 있었지만 이미 나는 배가 불러있었고 커피를 꽤나 많이 마신 상태여서 물을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런 프랜차이즈형 혹은 공장형 미용실에 오게 되면 나는 긴장하게 된다.

이제는 꽤나 이런 곳을 방문해보았지만, 매달 오게 되는 미용실들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소박한 동네 미용실을 선호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친절에 긴장감을 느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그들의 친절한 만큼 돈을 쓸 계획이 없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꽤나 비싼 이용료를 청구 당할지 걱정해서 그런건지 모르겠다.

예약없이 미용실을 방문하기도 하였고 방문한 날은 주말이기에 오래 기다려야 하나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금새 나의 머리를 깎아줄 헤어 디자이너는 결정되었다.

 

그녀는 날씬한 체형에 키가 160 중반 정도는 되보였다.

젊다기보단 나에게는 이제 어려보일 정도이다. 약 20대 초~중반 정도의 나이이지 않을까

꽤나 예쁜 편이다. 닮은 연예인이 생각나지 않아 머릿 속을 여기저기 뒤져보았다.

시트콤에서 코믹 역할을 아주 잘한 여배우가 어렴풋이 생각난다.

김수현과 같이 출현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한 여배우가 서예지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앉은 미용실 의자와 맞이한 거울에는 헤어 커트의 가격이 적혀있었다.

 

디자이너 : 성인 22,000원 / 학생 18,000원

실장급  : 성인 23,000원 / 학생

부원장급

원장급

(정확한 액수가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은 아예 적지 않았다)

 

평소 이용하던 미용실보다 약간 더 비싼 비용에 놀랐다. 원장급은 일반 디자이너보다 대략 만원 정도 커트비용이 더 비쌌던 것 같다. 직급 옆에 영어로 된 직급명도 같이 있었다. 예를 들면 디자이너는 hair stylist 였던 것 같다. 하지만 부원장과 원장 모두 president 라고 적혀있어 약간 불편하였다. 부원장은 vice president 라고 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서예지를 닮은 헤어디자이너에게 내가 미용실을 가면 항상 요청하는 스타일인 '옆 머리 투블럭에 위와 앞머리는 다듬어주세요'를 말하였다.

내가 요청하는 스타일을 말하고 나는 눈을 감았다.

 

미용실에서 눈을 감는 행위는 무례한 행위일까? 

아니면 오히려 서예지를 닮은 그녀에게 편안함을 주었을까?

 

프랜차이즈 헤어숍 답게 머리를 깎기 전 이것 저것 하는 게 있다. 머리카락이 목에 닿지 않고 목에 뭔가를 채우고, 계속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봐주고. 마냥 편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다.

서예지를 닮은 헤어디자이너는 검정색 원피스에 흰색 반팔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구찌의 표식이 있는 플랫 슈즈에 발목보다 약간 더 위까지 오는 검정색 양말을 신고 있었다. 검정색 양말 위에 반점 같은 것이 있어 자세히 보았다.

자세히 보았더니, 반점이 아니라 문신의 일부분이었다. 검정색 양말에 가려져 반점만이 보였던 것이다.

한 번 보이기 시작하니 문신이 신경쓰였다. 그녀가 움직이니 양말에 가려졌던 문신의 더 많은 부분을 볼 수 있었다. 정확히 무슨 모양인지는 보이지 않았다. 약간 붉은 색이 있었던 걸로 보아 하트모양이 있는 문신인걸까?

그 문신을 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 인식 탓인지 나는 문신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문신을 한 사람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인터넷에서 문신에 관한 말들이 여러가지 있다. 그 중에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문신을 한 사람은 평생 본인을 증명하고 살아야 한다" 이다.

죄수들의 얼굴에 문신을 한 선조들과 문신이 있는 조폭들을 잡아 삼청 교육대에 집어넣는 정부를 경험한 부모님 세대의 기억이 우리 사회 안에 남아있어서 그런걸까

순하고 친절하게만 보이던 서예지를 닮은 헤어 디자이너의 이미지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미용실 안에선 친절하던 사람이 밖에 나가선 거친 언행을 하고 다니는 건 아닐까?

아마 내 추측은 억측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요즘엔 많은 젊은 사람들이 패션 목적으로 문신을 하고 다니니까

 

그래도 궁금하여 사람들이 문신을 하는 이유를 구글 검색 해보았다.

내가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 중엔 문신을 한 사람이 전혀 없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한겨레에서 작성한 기사를 보니 1)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 2) 자신의 신념을 기억하고 나타내기 위해 3)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등의 이유로 문신을 하는 것 같다.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다보니 머리 손질이 끝나고 미용실에선 샴푸라고 부르는 머리를 감는 차례가 왔다.

 

이런 형태의 미용실에선 주로 샴푸나 잡일을 도와주는 직원을 따로 두는 것 같았다.

서예지를 닮은 헤어 디자이너 역시 내 머리를 샴푸하는 일은 다른 여직원에게 부탁하였다.

그 여직원은 아담한 체구에 긴 머리를 노랗게 탈색하였다. 몸에 붙는 카키색 니트를 입고 있어 몸매가 드러났다. 바지는 통이 넓은 요즘 젊은 친구들이 많이 입는 스타일이었다.

그녀를 보자 몇 년전에 보았던 미용실 열정페이 기사가 생각이 났다. (기사 유튜브 링크)

 

기사 링크 (https://m.segye.com/view/20211111517759)

이게 2년 전 기사여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그렇게 기대가 되지 않는다.

내 생각이 맞다면 카키색 니트를 입은 직원 또한 저임금 고노동의 노동자일 것이다.

그녀는 무엇을 위해 이런 고된 노동을 참고 견디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용 기술을 익혀 나중에 미용업으로 성공할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이런 고행을 견디는 걸까

미용 업계도 예체능 업계처럼 꿈을 꾸는 이들을 먹고 사는 사업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3.10.23 - [제품 리뷰] - 오페라 관람 무경험자의 멕베스와 단가 그리고 다단계

 

그녀는 꼼꼼히 내 머리를 샴푸해주었고 머리 마사지까지 시원하게 해주었다.

그러면서 친절하게 계속 나에게 어떤지 물었다.

 

 

샴푸를 완료하고 다시 머리를 깎던 자리로 돌아와 마무리 작업을 받았다.

그리고 결제를 하였다.

내 머리를 커트 해준 디자이너가 높은 직급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다.

나는 그런 걸 구별할 능력이 없다.

다행히도 서예지를 닮은 헤어 디자이너는 일반 디자이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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