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작이 될 수도 있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그의 작품을 꼬박 꼬박 찾아볼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대표적인 작품들은 봤다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 목록을 보며 기억을 되돌려보니 아래 세 작품을 본 것으로 기억된다.
작품을 꼬박꼬박 챙겨보거나 작품을 전부 본 정돈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게 본 작품들을 만든 거장의 은퇴작이라니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을 단순하게 나열하면
1. 기괴하다.
2. 이건 마술적 사실주의 작품인가?
3. 제목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라고 짓는 게 맞았나?
4.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보는 것 같네
1. 기괴하다
이 작품의 이미지는 기괴하다. 특히 이번 작품에선 '새'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들의 모습이 특히나 기괴하다.
포스터에도 나오는 왜가리, 첫 번째 다른 세계에서 만난 펠리컨, 두 번째 다른 세계를 거의 지배한 듯한 앵무새들
새들이 단순히 말을 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인간처럼 행동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왜가리는 사람의 형태로 변할 수도 있는데, 그 사람의 형태가 사람이라기보단 요괴처럼 보인다.
징그러운 큰 코에 새의 다리 등 모습 자체가 기괴하다.
펠리컨은 너무나도 사실처럼 묘사해 징그럽다. 그리고 그들은 무엇이든 먹으려는 습성이 있어 기괴하게 보인다.
앵무새는 비주얼 자체가 징그럽진 않지만, 인육을 계속 노리는 행동과 징그러울정도로 많은 숫자가 기괴해 보인다.
주인공인 마히토를 돌봐주는 할머니들을 제외하곤 작품 속 인간들에게선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하였다.
뒤에서도 말하겠지만, 어쩌면 현실 (인간들) 과 비현실 (새들)의 대비를 강조하고자 이런 거 아닌가 생각이 든다.
마히토를 돌봐주는 할머니들은 어쩌면 그 경계에 있는 사람처럼도 보인다.
2. 이건 마술적 사실주의 작품인가?
나는 소설 읽기를 좋아하는 편이므로, 소설 장르로 이 작품을 설명하자면 마술적 사실주의에 들어갈 것 같다.
(찾아보니 미야자키 하야오가 마술적 사실주의 작가의 대표적 인물이라고 나온다)
마히토가 실존하는 전쟁 중인 일본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환상 혹은 비현실적인 세계인 탑의 세계가 존재한다.
마히토는 그 곳에 들어가 모험을 하게 된다.
그 곳은 현실과 다르다.
말을 하고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 왜가리, 현실로 날아가 사람이 되는 와라와라, 세상을 지배하고 왕국을 만든 앵무새들, 불을 자유롭게 다루는 히미 등 비현실적인 세계이다.
마술적 사실주의 작품이란 '현실적인 시각에 마술적인 요소들을 더하는 장르'이다.
대표적으론 '백년의 고독'을 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일본 대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겠다.
이러한 장르가 맞지 않는 사람들은 마술적 사실주의 작품을 보다보면 '이게 뭔 소리여'라고들 할 것이다.
(초창기에 내가 그랬다)하지만 마술적 사실주의 작품엔 뭔지 모를 매력이 있다. 속된 말로 이 작품들은 개소리 같지만 계속 끌려 보거나 읽게 된다.
이번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도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다.초반엔 물론 지루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다음 이야기가 계속 궁금하였다.제목에 어그로가 끌리기도 하였다. 도대체 어떤 대단한 이야기를 하려고 이러한 제목을 지었을까라고
3. 제목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라고 짓는 게 맞았나?
거창한 제목이다. 하지만 보고 나서도 왜 이 작품의 제목이 이것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보아하니 일본에서 발매한 제목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다.
같은 제목의 책이 영화속에서 나온다. 마히토의 어머니가 자주보던 책으로 마히토에게 물려준 책이다.
이걸 마히토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읽다가 눈물을 흘리게 된다.
찾아보니 실제로 있는 책이다. '요시노 겐자부로'라는 일본의 유명 지식인이 쓴 책으로 우리나라에는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내가 그 책을 읽어본 건 아니지만, 영화 내용은 해당 책의 내용과는 관계가 거의 없다고 한다.
거창한 제목에 대한 답변을 나는 영화를 보고서도 받지 못했다. 내 머릿 속에서 떠오르지도 않았다.
내 눈에는 이 영화는 친모를 상실하게 된 소년이 계모를 받아들이는 내면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처럼 보인다.
찾아보니 미국에서의 제목은 'The boy and the heron (소년과 왜가리)'라고 한다.
그 제목도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난 그래도 이 쪽 제목에 더 마음이 간다.
4.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보는 것 같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꽤나 많이 읽은 편이다.
나름 내가 생각하는 하루키 소설의 특징이 현실과 비현실의 이야기, 내면에 대한 지독한 탐구, 민족에 남아 있는 역사적 상처 등이다.
당연히 이 정도로 하루키 소설을 설명하는 건 충분치 않다.
그래도 단순하게 표현해봤다.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이야기 그건 위에서 충분히 이야기하였다.
위에서도 잠깐 이야기 했듯이 이건 주인공 마히토라는 소년 (어쩌면 미야자키 하야요 감독의 분신)의 내면을 이미지화한 영화란 생각이 든다.
어머니를 사고로 잃고 아버지는 어머니의 동생을 부인으로 맞이한다. 이미 새 어머니는 그의 동생을 임신한 상태이다.
자신의 친모를 놓아주고 자신을 아껴주는 새어머니를 받아들이는 불안정한 소년의 내면을 탑의 세계에서의 모험으로 표현한 것 처럼 나는 보인다.
마히토는 결국 친모의 세계로 돌아가지 않고 새어머니를 데리고 현실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
나는 여러 나라의 소설을 읽었는데, 각 나라마다 마음 속에 상처로 남아있는 사건들이 있다.
특히나 동아시아에서 강하게 느끼는데 (이건 내가 동아시아 국가들에 더 친숙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6.25 전쟁, IMF 등이 있겠고 중국은 문화 대혁명 등이 있다.
일본 문학에선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들을 많이 보았다.
이 작품 또한 하야오 감독이 살아온 2차 대전 당시의 일본의 모습이 보인다.
5. 결론
이건 왜 제목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하여 탐구를 조금 해봐야겠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 같았는데, 그의 생애를 찾아보니 완벽하게 들어 맞는 건 아닌 것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도 그렇고 이런 작품들의 장점이자 어려운 점은 애매한 메타포들이다.
메타포의 강도가 강한 편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이렇게 생각할 수도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장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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