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서비스인 웨이브를 통해 여자친구와 영화를 보기로 하였다.
원래 계획은 다른 영화를 보려고 하였으나, 정작 웨이브에 접속해보니 추가 결제를 해야했다.
우리는 방황했고, 찜해놓은 영화 목록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영화를 보기로 결심한 건 점심 시간이 꽤 지난 후였고, 저녁식사 시간이 애매하게 남은 시간 대였다.
그래서 우리는 플레이 타임이 짧은 영화를 골랐다.
그건 "애프터 썬" 이었다.
애프터 썬이라는 영화가 평단의 평가가 좋았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기억은 하고 있었다.
왜 좋은지, 어떤 점이 좋은지 등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영화의 플레이 타임은 약 100분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여자친구와 같이 보는 게 아니었다면, 나는 영화 보는 것을 포기하고 자리를 떴을 것이다.
무슨 사건이 발생할 것 같았지만, 우리의 도파민을 자극할만한 사건은 결국 일어나지 않는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난 잠깐 외출을 했다.
그 사이에 여자친구가 영화에 대해서 인터넷 서핑을 했다.
(여기서 부턴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파악하지 못했었다.
영화의 겉만 본다면, 성인이 된 여자가 11살에 (어쩌면 지금은 돌아가셨을 수도 있는) 아버지와 떠났던 터키 여행이 담긴 캠코더를 다시 보며 아버지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영화의 해석을 보고 알았는데, 당시 아버지는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였다. 정신적으로 그리고 물질적으로
아버지는 그렇지만 딸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그런 걸 최대한 표현하지 않으며 여행을 하였다.
성인이 되어서 다시 본 캠코더의 영상은 그녀에게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11살의 그녀는 알지 못하고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인내를.
간략하게 이야기해서 이 영화는 아래의 이유로 나에게 좋았다.
1. 영화를 볼 땐 지루하고 이해가 안되었다. 하지만 해석을 보고 나서 영화를 다시 돌이켜보니 가슴이 미어지는 내용의 영화였다. '자신의 불안정한 상태를 견뎌가며 딸과의 추억을 만드려는 아버지. 그 모습을 성인이 되어 다시 돌아 본 여자'
2. 영화가 지루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100분을 견딜 수 있게 하는 지루함이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아버지의 자살) 하며 관객에게 자그마한 긴장감을 준다. 이 긴장감이 너무 커서 불편하거나 아니면 너무 작아서 지루해진다면 관객은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자그마한 긴장감을 잘 유지한다. (물론 긴장감에 대한 역치가 개인차가 있을 수 있어 많은 이들이 끝까지 안보는 경우가 생길 것 같다. 특히나 OTT로 보는 경우)
3. 시각적으로도 훌륭하다. 리뷰를 보면서 알게 된 내용인데, '노란색' 이라는 색을 상징적으로 사용한 점이 기억에 남는다. 화려한 CG가 있는 건 아니다. 화면의 색감도 아름답고, 터키의 바다색도 아름다우면서도 처연하게 잘 표현되었다.
구도가 특히나 인상 깊었다. (마지막 즈음에 딸이 다른 관광객들에게 요청하여 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하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 그리고 그걸 높은 곳에서 지켜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인상깊은 구도 였다.)
4. 배우의 연기. 정확히 말하자면 남자 주인공의 연기가 탁월했다. 폴 메스칼의 연기가. 찾아보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까지 했다더라. 예전에 유튜브를 통해 노멀 피플이라는 영국 드라마의 요약 영상을 보았을 때, 이 배우를 처음봤다.
'제품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와 떠오른 무라카미 하루키 (0) | 2023.11.05 |
---|---|
천안 미용실 헤어ING 와 그녀의 발목 문신 (1) | 2023.11.01 |
오페라 관람 무경험자의 멕베스와 단가 그리고 다단계 (1) | 2023.10.23 |
영화 오펜하이머 (2023) 후기 리뷰 (0) | 2023.08.27 |
영화 오펜하이머 (2023) 후기, 주의사항, 알고가면 좋을 것 (0) | 2023.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