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박찬욱 감독이 좋아하는 작가, 여럿 SF 작품에 영감을 준 작가.
커트 보네것의 장편 ‘타이탄의 세이렌’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을 보게 된 이유는 2가지이다.
커트 보네것의 여러 작품을 보았지만, 그의 장편 소설은 대표작인 ’제5도살장‘ 만 읽었다.
그리고 우연히 히어로물에 대한 나무위키 항목을 보았는데, 내가 감명 깊게 본 히어로물인 ’왓치맨‘의 주인공 중 하나인 ’닥터 맨허튼‘의 모티브를 이 작품에서 받았다기에 이 작품을 선택해서 읽었다.
이야기 자체도 꽤나 흥미롭다.
이 책의 줄거리는 아래의 링크에 정리 해놓았으니 보고나서 이 글을 읽는 게 좋을 것 같다.
2023.08.13 - [독서] - 타이탄의 세이렌 - 커트 보니것 장편 소설
타이탄의 세이렌 - 커트 보니것 장편 소설
타이탄의 세이렌, 타이탄의 미녀, 저 위의 누군가가 날 좋아하나봐 등 이 책의 제목은 다양하다. 가장 최근 발매된 책의 제목은 타이탄의 세이렌이다. 책의 줄거리가 굉장히 난해하지만, 정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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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이라 그런지 내가 커트 보네것에 갖고 있는 그의 이미지들 - ’허무주의‘, ’블랙 코미디‘, ’SF’, ‘반전’-이 모두 담겨있다. 그렇기에 (내가 그의 모든 작품을 본 것이 아니기에 이렇게 표현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커트 보네것에 대해서 처음 접하고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서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그럴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을 추천할 듯 싶다.
커트 보네것이 우리에게 이 책을 통해 묻는 혹은 말하고 싶은 주제는 ‘우리(인간)은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일까? 인간 생존의 목적은 있는걸까?’ 이다. 조금 더 단순히 말하면 인간의 실존적 문제에 대해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말해주고, 우리에게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주는 듯 하다.
그는 그 답게 이 작품에서 우리 인류가 달성해 온 것들을 쉽게 비웃어 버린다. 예를 들면 만리장성 이나 스톤 헨지 같은 인류의 신비롭고 거대한 유산이 단순히 외계 종족이 본인의 종족 1인에게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 진거라던지와 같은 이야기를 통해서 말이다.
또한 그는 신적인 존재인 ‘럼포드‘를 등장인물로 내세워,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의구심도 표현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알고, 태양계 내 어디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마치 럼포드이지만, 그 또한 타인 심지어 본인의 운명마저도 바꿀 수가 없다. 그는 단지 알 뿐이다. 이미 운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미래는 정해져있고, 럼포드는 그에 대하여 알고 있을 뿐이다.
럼포드를 통해 미래를 알게 된 주인공 ’멜라카이‘와 ’비어트리스‘ 또한 당연히 그들의 운명을 바꿔보려 하지만, 헛수고로 돌아가고 만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가 커트 보네것이 말한 것처럼 외계 종족에 의해서 운명이 정해진걸까? 아니면 헤겔이 말한 것처럼 ’정신’이 이 세상을 이끌어 가는 걸까? 그에 대한 답을 명확히 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커트 보네것은 마치 우리 인류에게 목적이 주어진 마냥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 마냥 생각하고 행동하는 우리들을 자신의 화법으로 비웃으며, 그런 것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이를 보고 어떤 이들은 보네것이 허무주의를 내세워 인생이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고 할 수 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보네것의 이야기를 듣고 해방감을 느꼈다. 내 삶을 살아가는 데에 한층 홀가분해진 기분이다.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능력주의에 대한 믿음은 우리들을 스스로 채찍질 하게 만들었다. 인생의 거대한 목적이 있는 마냥, 인생에서 무언가를 반드시 성취해야 할 것 마냥 말이다. 하지만 보네것의 이야기를 보고 나서, 나 더 나아가 인류의 목적이란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고, 아직 그 해답을 찾진 못하였지만 대단한 조언을 들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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