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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잠

아버지의 잉어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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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다. 아버지, 어머니, 누나는 고향에서 함께 살고 계시고 나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타지에서 살고 있다.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곳과 내가 살고 있는 곳이 꽤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자주 보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버지께서 업무상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종종 방문하신다. 아버지의 방문은 소소한 단점과 큰 장점이 있다. 소소한 단점은 아버지의 업무 특징상 다음날 아침 새벽 일찍 나가야 하셔서, 전날 나 또한 일찍 잠을 자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평소 처럼 생활하다간 아버지의 수면을 방해할까봐 애초에 나도 일찍 자버린다.) 그에 따라 생활패턴이 약간 꼬인다는 점. 그 점 한 가지만 단점이다.

 

반면 큰 장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내가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내 주거지를 더욱 깨끗하게 청소해주신다. 나의 깨끗함의 기준선이 매우 낮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항상 더러운가보다. 내가 생각지 못한 부분을 아버지께서 청소해주신다. 가장 큰 장점은 저녁은 외식을 한다는 점이다. 나는 평소 식단 관리 및 시간 때문에 저녁을 집에서 떼운다. (저녁을 매우 단순하게 먹기 때문에 조리 시간이 거의 들지 않는다). 하지만 아버지가 오시면 자연스럽게 저녁을 외식을 한다. 사실 밖에서 먹는 게 맛있긴 하다. 그리고 내가 외식을 거의 안하다 보니 내가 사는 곳 근처의 식당을 방문할 기회가 적은데, 뭔가 이 식당 황무지 같은 곳에서도 맛있는 식당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서 아버지의 방문이 반겨진다. 저녁 식사를 할 때에는 대부분 아버지께서 사신다고 하지만 그래도 30살이나 넘어서 다 큰 어른이 아버지가 방문해주셨는데, 얻어먹는건 예의가 아니라 생각하여 매번 내가 저녁을 샀다.

 

언제나 그랬듯이 오늘 또한 외식을 하였고, 오늘의 메뉴는 부대찌개 집이었다. 이 식당은 라면사리와 밥이 무한리필이여서 만족 스러웠다. 왜 그렇게 부대찌개에 넣어 먹는 라면사리는 맛있을까. 정말 오랜만에 저녁을 배가 터지게 먹은 거 같다. 이번 저녁식사 때에는 그 동안 여러차례 아들 녀석에게 얻어먹은 게 부담스러우셨었는지, 내가 밥 값을 계산할 틈도 없이 아버지께서 계산을 해버리셨다.

 

그렇게 만족 스러운 저녁식사를 하고도 오늘 또한 아버지께서 먼저 잠자리에 드시고 나는 컴퓨터를 잠시 한 후에 곧 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하는데, 책상에 못 보던 하얀 봉지가 있더라. 뭔 봉지지? 하고 봉지를 살펴보니 안에는 붕어빵이 담겨져 있었다. 봉지를 들어보니 내가 잘못알았다 이 녀석은 잉어빵이었다. 아마도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시기 위해 사오셨나 보다.

 

그 순간 별거 아닌 잉어빵에 뭔가 가슴이 뭉클 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잉어빵 같은 길거리 음식을 먹은지 오래된 거같은데, 옛 추억도 나고. 타지에서 고생하고 있는 아들 녀석 생각나서 잉어빵을 사신 아버지의 마음도 생각이 들고. 아버지라는 분은 이렇게 연세가 드셔서도 아들 생각을 하시는 구나 생각도 들고. 나의 부모님께선 나에게 풍족한 물질을 주진 못하셨더라도 이런 따뜻한 마음은 주셨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런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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